새벽 6시, 룩소르로 가는 기차에 오른다.
3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 기차가 출발하고 멀어지는 ...아스완
이곳에서의 기억은 평화롭고 잔잔할 것이다.
펠루카에서의 여유로움
아부심벨의 대단한 신전 답사 그리고 아름다운 섬, 필레(펠레?) 신전에서의 느긋한 오후
늦은 저녁 시간에 찾아갔던 누비안 박물관의 단정함
그리고
저녁마다 돌아다녔던 수크 거리, 실갱이까지 벌여야 했던 물건 사기
역 앞에 있는 피자집에서 먹었던 그 맛나던 핏자!!
그 모든 것들이 기억으로 저장되었다.
그 행복한 기억들과 함께
나의 이집트 여행 제2막...역사기행의 숨결로 들어가볼까나...!
아부심벨의 즐거운 역사 여행은 단지 서막에 불과하다.
진정한 고대역사기행은 바로 이곳 룩소르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틀린말은 아닐테다.
그만큼 볼거리들이 아주 많다.
아쉽게도 공부를 안하고 간지라 나중엔 포화상태에 이르러 많은 걸 소화하지 못하고 말았지만, 고대의 도시를 걸어본다는 것은 그야말로 색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3일 여정의 룩소르, 우선 그 여장을 룩소르 게스트 하우스에다 풀어 놓는다.
유럽여행을 하다보면 어느 도시를 가나 한두개 이상 민박집이 있게 마련이다. 그 민박집들은 배낭객들에게 여행정보에다 든든한 식사도 제공하는데다 긴 여행길에 휴식처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으레 그곳을 찾아가기 마련, 그런데 이집트에도 그런 민박집이 있다는 사실!
영국이나 유럽지역은 워낙히 한국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하니깐 당연하다 싶어도
낯설고 먼 나라였던 이집트에도 민박집이?...솔직히 좀 놀랐다.
그런데 여행하면서 깜짝 놀랐던 사실, 정말로 한국여행객이 많더라.
스쳐가는 사람의 반은 한국사람들이었다.
내 눈에 한국 사람만 보였나? 그건 아닐테고.
암튼 방학을 맞아 배낭여행 온 대학생들, 오손도손 가족끼리 온 여행객들, 그리고 단체여행객까지...유럽이라면 이해가 가도 이집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집트여행이 갑자기 붐처럼 일어났나 싶은 생각까지. 그만큼 많이 우리 나라 사람들을 만났다.
스쳐가는 이집션들이 으레 외치는 소리, "차이니즈?, 제패니즈?..."답이 없으면 그 다음은 "꼬레??". 그러나 아마도 머지않아 그들은 이렇게 외칠지도 모를 일 "꼬레?...차이니즈?"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다.
다시 돌아가서...암튼 멀고 낯설었던 나라에 우리의 '젊은 청년'이 터를 잡고 민박집을 하는 걸 보고서 반가웠다는 말이다. 그 민박집은 넓고 깨끗하다. 솔직히 내가 머물렀던 대부분의 호텔은 인내심이 필요한 공간이었다. 후줄근한 담요와 머리카락이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시트 그리고 말이 필요없는 화장실...바쓰룸...그에 비해 이곳은 궁궐...^^...배낭객이 머물기에 호사롭기까지...그렇다고 비싼 것두 아니었으니 더할나위 없지. 26살 젊은 나이, 으리한 호텔 사장님을 꿈꾸는 김태엽씨 요즘도 여념없이 손님들 위해서 아침마다 감자계란국을 끊일테고, 떠나가는 손님과 함께 사진을 찍고, 또 밤이면 범퍼카 타러 가실테지...ㅎㅎ...밤잠 안자가며 고민하는 그의 신선한 도전, 준비하는 모습이 아름다워보였다. 김사장님! 이집트에다 특급호텔 지어서 성공하삼!!!(아무래도 내가 너무 홍보했나...아무것도 받은 게 없슴당...!)
자...이제부터 진짜루 역사속으로의 여행!
김사장님의 안내로 미니봉고차를 타고 도착한 카르낙 신전
양의 머리를 한 스핑크스가 입구에서부터 그 위엄을 알리듯, 양편으로 죽 늘어서 있다.
저 입구를 따라 들어가면 이집트 최고의 멋진 신전을 만나는 행복감을 빠지게 되지...
여지껏 보던 관광객들이 여기 다 모였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북적인다.
키 큰 열주들을 따라 가며 그 옛날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저 입을 쩍 벌리고는 와우...그러고만 있는 나...할말을 잃는다.
정말이지 대단한 열정이다. 그들의 믿음이 이토록 거대한 신전을 이루게 했을테지...
중간중간 투어가이드의 말들을 엿듣기도 한다. 은쩍슬쩍 곁에 가서는 여기 뭐가 있나...척하며. 대놓고 들으러 왔어요 티를 내며, 가이드를 따라 다니기가 민망해서...간만에 한국가이드를 만나면 반가움에 귀가 쫑긋해지기도 했다.
제대로 아는 것 없이 보는 일은 참 힘든 일이다.
아예 욕심을 버리고 그저 하나의 자연물로 아름답다 그러고 말아도 될인데, 그놈의 호기심이 발동해서는 이게 뭘까 싶은 마음에, 공부하고 좀 하고 올걸...그렇게 자책하는 마음이 커진다.
돈 좀 투자해서라도 좋은 가이드 설명들으면서 봤으면 좋았겠다 싶다. 지금에서야 아쉬움이 남아서 하는 말이다.
오벨리스크...원래 4개가 서 있어야 하는 자리인데 하나는 무너졌고
또 하나는 잘라져서 영국 런던 어딘가에 세워져 있다는데 아직 못 봤다.(사실 확인 필요)
룩소르에 있는 또 하나의 오벨리스크는 프랑스에 선물로 바쳤다는데?
그 개선문 근처에 떡 하니 세워져 있는 걸 예전 여행하다가 봤지.
금으로 도금이 되어 있었나? 내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으나 휘황찬란했다.
무엇이든 제 자리에 있어야 아름다운 법인데...
무너진 핫셋수트의 오벨리스크 옆에서...얼굴을 왜 저리 뚱한지...^^
울 선생님(유현)의 이야기로 핫셋수트의 최초의 여왕격이었던 사람인데
그 양자였던 투스모스 3세가 그녀를 미워해서 사후에 저렇게 깨부셨다는
일화가 전해진다고 한다. 핫세수트 장제전에 가도 저렇게 훼손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뒷일화는 역사기행의 진정한 재미를 이끌어준다.
동행들...준민, 재원, 유현 그리고 다혜
다들 어찌나 하나하나 세밀하게 보던지...완전 푹 빠졌다는...
자...이제 느껴지시나? 이 거대함이...!
우리나라 배흘림 기둥같기도 하고...
저 기둥마다 상형문자로 그림들로 전하고자 한 뜻은 무얼까?...!
애가...람세스 동상이었던가?...하도 많아서...
다리 부분에 새겨진 것은 부인이라 했던가?...아...누가 좀 알려주시지...
귀동냥으로 들었는데 사랑하는 마음에 람세스 동상에 항상 저렇게 새겨넣었다 했는데...
이 봐라...도체 뭘 봤누!!!...
그치만 염치 불구하고 인상적이여서 사진을 올려놓는다.
목도리를 칭칭매었으나 날은 화창하고...따끈한 날이었던 걸로...기억됨
신전 뒷편 인적이 드문 곳에 자리 펴고 한잠 자도 좋으련만...하는 그런날.
그냥 돌덩이가 아닙니다. 다 보물이네요.
이걸 짜맞추어 다시 기둥을 세우고 벽을 세우고 하는 거죠.
신전 끝편에 갔더니
한 이집션이 구릉 같은 곳으로 나를 이끈다.
그리고는 거기서 사진을 찍으랜다. 그래서 넵...그리고 사진을 찍었지.
내려올때는 손을 잡아주는 친절한? 센스까지 보이면서.
그리고는 씨--익 웃으며 하는 말
박시시---
희생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돈이나 물건...글자 그대로 이런 의미라는데...
어딜가나 가만두지 않고 다가와서는 넘치는 친절을 베풀고
아주 천연덕스럽게 박시시 하는 그들을 너무나 많이 만나기에...
이제는 아...진절머리를 치며
나는 그냥 SORRY~~~NO MONEY하고는 씨-익 웃어준다.
그리고는 휙하니 자리를 떠는 게 상책...
내가 누구냐...팁에 짜기로 유명한 코리안 아니겠는가
어느 유적지를 가나 이처럼
구석진 곳에 자기만의 특별함?을 갖추고 서성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다 박시시에 기대 사는 사람들이다. 그게 직업인거지.
하물며 관리직원마저 똑같이 박시시 챙기기에 여념이 없으니...
문화적인 인식의 차이라고 해야하나...보기가 씁쓸하죠...
이곳에서 2-3시간 훨씬 넘게 보내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간 곳은 '만도네 식당'
룩소르 기차역에 내리면 한 이집션이 말을 걸어온다
안뇨하세요...?
특유의 외국인 엑센트로.
그의 이름은 만도!
그의 나이 28세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 음식을 팔고 있는 있음. 식당은 한 허름한 호텔의 옥상에 자리잡고 있음. 한국말 꽤나 잘함. 한국 음식 적당히 맛있음(일주일 동안 밥 못 먹고 빵만 먹어보면 뭐든 맛있게 마련. 그치만 그의 솜씨 나쁘지 않다. 정말로). 영어도 내가 본 이집션 중에 제일 잘하는 편.
만도의 닭도리탕...눈에 불나게 매웠음
근데 만도도 이걸 먹을 수 있을까? 맛을 어찌보나...물어보고 싶었는데...
아무튼 그의 이력이 참 특이하다.
그는 이미 한국인 여행객 사이에 유명인이다.
그의 식당에 4-5권이나 되는 방명록이 있다. 다녀간 한국사람들의 흔적이다. 그것들을 다 읽어내지 못하면서도, 그는 너무나 자랑스러운 듯 어디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줄줄 왼다.
신기하다.
인터넷 카페에서 그에 대한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가이드 투어 연결해주고, 카르투스 공장 소개해주고, 기념품 가게 소개해주는 댓가로 커미션을 받는데, 그러는 와중에 좋고 싫은 말들이 생겼나 보다.
그런 말들과 상관없이 내가 본 한가지 사실은, 그는 정말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것.
나는 그의 부지런함에 대한 댓가가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이익과 관련된 부분에서 우리가 그에게 순수를 강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가 계속해서
한국인을 자랑스럽게 맞아, 웃으면서 그의 일을 즐거이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가 우리에게 좋은 것을 안내할테고
맛나게 한국음식을 만들어 낼테니깐.
그리고...나 자신, 우리 자신 하고 싶은 말...
순수하게 바라보자...그러면 내 마음, 우리 마음이 편할테니, 그 진정이 전해질테니깐.
(여행하면서 우린 우리의 벽을 허물 생각없이 색안경을 너무나 쓰고 있다. 나역시 그 비난에서 벗어나기 힘들지만, 그 닫힌 마음으로는 무얼을 볼 수 있을까..나 자신, 우리에게 되묻고 싶다.)
그리고 나서
해가 질 무렵, 룩소르 신전을 찾았다.
간접 조명이 은은하게 비치는 신선은 카르낙과 또 다른 멋스러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예전에 카르낙 신전에서 룩소르 신전까지 죽이어지는 길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그저 스핑크스가 나열된 그 흔적의 길만 짧게 보일 뿐이다.
석양이 지고, 조명진 룩소르 신전...
그것이 보이는 한편에 앉아 나도 풍경이 되고 싶었다.
(아쉽게도 배터리가 떨어진 바람에 사진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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