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생활/여행기

[스크랩] [이집트여행] 5. 불가능은 없다...아부심벨에 관한 대단한 역사!

알타반 2008. 2. 1. 20:02

 

우리가 아스완에 도착한 날은...크리스마스이브...였다.

우스개 소리였겠지만 누구는 그게 꼴보기 싫어서 피해왔단다.

다들 연인끼리 선물을 주고 받으며 행복한 시간을 가지는데

자신은 화려한 솔로였지만, 이 날만은 참을 수 없었던게다.

한마디로 배알이 꼬이는게지...ㅎㅎ

 

그러나...이 날은 당연코 특별한 크리스마스!

장미 꽃다발의 선물대신 나일의 산들바람이 불어주고

외로움을 느낄 새 없이 동행들과의 시원한 맥주 한잔이 갈증을 풀어주니 말이다.

 

그리고 밤새 펠루카를 타는 달콤한 꿈!

 

 

새벽 3시, 아부심벨을 가기 위해 일어난다. 사람들은 모두 비몽사몽, 쌀쌀한 새벽바람에 몸을 웅크리며 미니버스에 오른다. 펠루카 투어 이후에 한 팀이 된 우리 7명 이외에도 10남짓의 관광객이 더 타고 있다. 아직 밤은 깊어서 온통 어둠이었다.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 든다. 그러나 한참을 왔을 즈음 강한 빛이 내 눈을 찌른다. 으슴프레하게 눈을 슬며시 떴을 때 저 멀리 사막 지평선으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너무나 강열해서 온통 모래가 금빛으로 보인다. 잠결에도 그것이 어찌나 황홀했던지 한참이나 그 강한 인상이 여운으로 감돈다.

 

아부심벨은 나일강을 따라 가장 남쪽에 위치해있다. 나일강에다 하이댐을 건설한 이후로 바다같이 넓은 호수가 자리잡고 있는 곳에 유명한 람세스 2세의 신전과 그 부인의 신전이 나란히 놓여있다. 그런데 이곳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투어에 참석해야지만 갈 수가 있다. 아부심벨은 작은 마을에 불과해서 머무를 숙소가 거의 없는데가, 가끔씩 테러가 있는지 경찰의 보호하에만 그곳에 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아스완에서 버스로 4시간 걸리는 꽤나 먼 거리에 놓여있어서 투어는 새벽 3시반 아주 이르게 출발한다. 새벽의 달디 단 잠을 포기하고서 좁은 버스안에서 긴 시간을 견뎌야하지만, 그 수고로움은 아부심벨을 보는 댓가치고는 너무나 약소했다.

아부심벨의 신전을 만든 람세스2세의 욕망과, 그것을 표현해낸 정교함 그리고 물 속으로 가라앉을 뻔 했던 신전을 다시 살린 20세기의 또 다른 역사...!

아무런 사전의 지식을 가지지 못했던 내게도 그것은 실로 대단해 보였다

 

 

람세스 2세가 살아있을 때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지었다는 이 신전은 그녀의 부인 네페르타리의 신전과 함께 나란히 놓여있다. 웅장함이나 부조의 정교함이 기원전 천 몇 백년에 지어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게다가 다른 것에 비해 훼손이 거의 안 되어서, 내부의 부조의 아름다움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다. 간접조명으로 은은하게 비쳐진 부조는 음각, 양각이 교묘하게 어울러진 완벽한 하나의 조형물이다. 바위를 뚫어 방을 만들고 그 안에 우람한 기둥을 배치하고 사방 벽면과 그 기둥들에 신들과 람세스2세, 자신의 업적을 부조로 표현해 놓았다.

 

그저 그 형태의 아름다움에 빠져있는 동안

동행 중 열렬한 이집트 신화의 매니아였던 '유현'이 조근조근 그림들을 읽어내려준다. '이것은 신 누구를 그린 것이고...또 이것은 그 유명한 전쟁?(까먹었다)의 승리를 그린 것인데, 그 아래 사자가 있는 것...그것이 의미는 또 어떻게...'아...지금은 거의 다 잊어버리고 말았지만, 귀찮음 마다않고 너무나 열정적으로 설명해주던 그녀. 짧은 시간동안 그 긴 신화를 다 정리하기엔 버거워서 결국 대부분 잊어버리고 말았으나, 그 때 그녀의 이야기는 신전을 보는 재미를 훨씬 더해 주었다. 정말이지 그녀의 설명이 없었다면 그저 한순간의 감탄에 그치고 말았을텐데, 얼마나 다행인지...

 

 

그런데 우연찮게 이집트 여행을 하기 전에 영국 BBC에서 한 이집트 특집 프로그램을 봤다. 겉으로는 다큐의 형식이었으나 드라마와 접목된 형식이라 매우 흥미로웠다. 이집트는 알려진데로 20세기 초에 영국의 식민지였는데, 그때 영국 고고학자들이 건너가서 유물들을 많이 발굴해냈다. 그 중에 하나가 지오바니가 발굴한 이 람세스 2세의 신전은 원래 나일강변가에 있었는데, 그가 처음 발견했을 때의 이 신전은 거상의 얼굴만 모래둔덕에 나와 있을 뿐 그 신전의 입구는 모래에 완전히 묻혀 있었단다. 무모하다고 다들 고개를 젖는데, 지오바니가 수십명의 인원들을 동원해서 모래를 치우는 작업을 시작했다. 한달 이상이 지나서야 이 신전의 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단다. 모래는 치워놓으면 그 다음날 또 쌓이고 하는 식이어서 그 작업이 쉽지 않았다 한다. 암튼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지오바니가 결국 해내고 이 신전이 드뎌 다시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지오바니가 영국 사람이었기 때문인지 BBC에선 그의 업적만 이야기 했지만, 실제로 이 사람은 그가 한 발굴한 것들 중 많은 것들을 맘대로 영국으로 옮겨왔단다. 대영박물관에 가면 실제로 이집트 전시관이 제일 넓을 정도이니깐 상상이 간다. 내부관람 도중 우연히 한국 가이드의 설명을 귀동냥 했는데 이 지오바니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보물을 지켜내지 못하고 방출하는 것을 지켜봤을 초라한 후손들의 현실을 또 한 번 목격하니 쓸쓸해진다.

 

열정의 그녀' 유현'과 그의 동료 '준민'

둘 모두 내 역사기행의 선생님...고맙고 즐거웠음당!!!

 

신전 앞으로 펼쳐진 나일강...아니 호수...

 

 

이 신전에 얽힌 더더욱 놀라운 사실은

지금의 신전의 위치가 원래의 곳이 아니라는 것.

다름 아니라 댐 건설 이후 수위가 높아져서 결구 수몰의 위기에 처한 이 신전을

유네스코에서 1962년부터 80년까지  몇 천개의 돌조각으로 해체해서 안전한 위치에다 다시 껴맞춰서 재건해 놓았단다.

엄청나다. 람세스가 재현하지 않고서야 어찌 가능할 일일까 싶었다.

그런데 단정하게 옮겨놓았다. 원래의 모습은 아닐지라도

속으로 가라앉을 뻔한 그 말도 안되는 운명을 살려놓았지 않는가...나는 그저 유네스코 만세...고고학자 만세...그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아스완에 있는 누비안 박물관에 그 대단한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석상이 조각으로 잘려져 크레인으로 이동되고 있는 모습...정말 불가능은 없다!!!

 

아부심벨의 투어는 롱투어와 숏투어가 있는데

롱투어엔 아름다운 펠레 신전, 하이댐

그리고 미완성 오벨리스크가 포함되어있다. 사진은 배를 타고 펠레 섬으로 이동중

아침은 쌀쌀했으나 낮은 햇살이 강했는데

 준민의 이집트산 스카트(겉으로 보기엔 카페트나 러그)가 아주 유용했다는!

추울 때 덮고 더울 때 햇살 가리개!

 

아름다운 펠레 신전

 

 

출처 : 꽃들이피다
글쓴이 : 나무일곱그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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