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에탈에 도착해서 숙소를 잡고 서둘러 저녁미사를 드리러 갔다.

사제단이 줄지어 입장한 미사는 말은 못 알아 들어도 오랜 전통의 수도원에서
수도의 삶을 사시는 분들과 함께 한 전례라서 참 포근했다.
멀리서 찾아온 동양 여자 둘을 포함해도 신자수보다 신부님들이 더 많은 미사..
나이든 동네 신자들은 평화의 인사 시간에 반갑게 미소로 맞아주었다.
거룩한 전례라서 겨우겨우 손 떨리면서 몰래 찍은 사진 한 장.. ^^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제대 뒤 공간 양쪽으로 검은 옷의 수사님들이 함께 했다.

둘째날 아침 숙소 테라스에서 바라본 에탈 수도원 전경.
알프스 산록 해발 900m 지점 암버 계곡에에 자리 잡고 있는 수도원.
어제, 오늘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은 아주 청명한 날씨라 기분까지 상쾌하다.
둘째날 아침 8시 미사를 드린 소성당.
어제밤 동네 할아버지에게 들은 대로 대성당 옆으로 난 문을 통과하니
마술처럼 현대적으로 꾸민 작은 성당이 나타났다. 완전 신세계다..
유리와 시멘트, 나무, 대리석(?) 등의 소재의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조화를 이룬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랜 전통의 수도원 안에 이런 성당이 있다니..
어제는 어둔 밤에 웅장한 대성당에서 드린 거룩하고 전통적 전례의 미사를 드리고,
오늘은 전혀 다른 느낌의 현대적인 공간에서 노신부님 한분이 집전하는
밝은 분위기의 간소한 미사도 드리고.. 참~ 좋다.

햇살이 그대로 들어와, 성당에 들어오면서 빛으로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제단 중앙에 자리잡은 작은 제대는 유리로 만든 조형물이 받치고 있었는데
光, light, lumiere 등 여러 나라의 말로 "빛"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한글이 없어서 좀 섭섭했는데, 혹시 뒷면에 있으려나? (확인 못함 ^^)
순전히 내 짐작이지만, 아마도 이 성당 인테리어의 주제가 "빛"이 아닐까.

마감재가 그대로 드러난 벽면에 위치한 감실(예수의 성체를 모셔두는 곳)
십자가 아래의 소담한 해바라기 꽃꽂이가 자연을 그대로 가져온 듯 맘에 든다.

소성당 입구에 있는 기도초 봉헌대.
외국 여행 가면 꼭 기도초를 봉헌하는데 이번 여행은 여기에서..
미사를 드리고 나오면서 가족들의 건강, 평화와 대입시험을 앞둔 조카를 위해 기도했다.


돔이 커서 성당 전체의 천정을 차지하는데, 천국을 그린 천정화엔 총 431명의 성인성녀들이
빼곡히 그려져 있고 베네딕도회 수도복을 입은 모습이 많이 보인다.

천정화 중 성 베네딕도의 쌍둥이 동생인 성녀 스콜라스티카로 추정되는 모습.
이 쌍둥이 남매는 함께 기도하고 영적인 생활을 나눈 것으로 유명하다.
둥근 돔을 둘러싼 화려한 2층 창문
핑크와 그린의 대리석과, 금색의 조화가 아름다웠다.

에탈 수도원의 기원을 알려주는 그림. 천사의 모습을 한 베네딕도회 수사가
대리석 성모자상을 들고 루드빅 왕에게 이 수도원의 창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바이에른의 황제 루드빅(1314-1347)이 성모님께 이곳에 수도원을 세우겠다고 맹세한 후
그 약속대로 1330년 4월 28일에 수도원을 설립했다고 한다.

햇살이 가득한 오전에 보니, 맨 위 저녁미사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제대 뒤 중앙에 유명한 대리석 성모자상이 있다.

루드빅 왕이 이태리 전쟁에서 가져온 이 성모자상은 이 수도원을 세우는 근원이 되었다.
(너무 멀어 잘 안보여 사진을 업어왔다. 출처 : www.kloster-ettal.de)

뿌듯하고 기분좋은 에탈 순례를 마치면서 기념 촬영...
내 광각 카메라의 위용은 이럴 때 멋지게 드러난다.
보통 카메라로 절대 잡히지 않는 앵글이지롱~ 흐흐흐
. . . . .
우연인지 필연인지 가게 된 에탈은 흔한 관광지가 아닌 곳,
믿음의 마음으로 보아야 하고 그래서 더 기쁨이 컸던,
시골 마을의 순박하고 정갈한 모습이 더해져 기억에 남을 순례지가 되었다.
자, 이제 독일 최고봉 츄크슈피체가 있는 가르미쉬-파르텐키르헨으로 출발..
보너스로 겨울의 에탈 수도원 전경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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