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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기도 맛들이기] 영신수련의 기도(5)

알타반 2008. 1. 24. 14:04

 

 

 

하느님 향한 영혼에 깃드는 선한 영 - 정제천 신부(예수회, 광주가톨릭대 교수)

선한 영과 악한 영의 식별

 피정이나 기도생활을 하면 평소보다 많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이 생각들에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면 영성생활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아는가? 바람 소리나 나뭇잎의 흔들림 같은 흔적을 통해서 안다. 영들도 마찬가지다. 영들을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영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영들의 흔적인 생각을 통해서다.
 모든 생각이 다 영들의 흔적은 아니다. 인간적으론 힘들지만 주님의 십자가를 나눠지고 있다는 데에서 오는 깊은 만족감, 깊은 염원과 오랜 준비 끝에 도달한 곳에서 '내 인생이 끝장났다'는 생각, 거룩한 순간에 떠오르는 비천한 생각처럼 불쑥 떠오르는 생각들은 영들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하는 생각들이 다 내 것은 아니다. 기억이나 추리, 상상으로 내가 지어내는 생각들이 있는가 하면, 영들에서 오는 생각들이 있다. 전자는 상식과 인간의 지혜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 그러나 영들에서 오는 생각들, 불쑥 떠오르는 생각들은 이와 다른 원리에 따라서 판단해야 한다.

 하느님께 열심히 나아가려는 영혼에게 영적인 위안을 주어 용기와 힘을 북돋우면서 그 길로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생각은 선한 영에서 오는 것이다. 그런 영혼을 혼란에 빠트려서 헷갈리게 하고 마침내 길을 바꾸거나 첫 마음을 저버리게 하려고 영적인 실망을 안겨주는 생각들은 악한 영에서 오는 것이다.

 영적인 위안과 실망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영적인 위안은 믿음, 희망, 사랑에 있어서 성장하게 하고 영적인 실망은 이와 반대로 퇴보하게 한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위안 중에는 주님께 감사드리고 겸손을 다하여 기쁘게 살면 된다. 문제는 영적인 실망이다.

영적 실망 상태에 빠지면 하느님과 신앙에 관한 모든 게 뒤틀려 보인다. 수도생활의 선택, 신학교 입학, 혼인, 직장생활이 불행의 원인인 것처럼 느껴지고 모두 원점으로 돌려놓아야 할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그 생각에 따라 행동하면 안 된다. 이 생각은 악한 영에서 나온 것이므로 결국 악한 영의 뜻에 따르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영적인 실망 상태에서는 앞서 내린 좋은 결정을 결코 변경해서는 안 된다. 그 대신에 영적인 실망 상태와 반대되는 노력을 하도록 한다. 기도를 더 많이 하고 고행이나 극기를 늘리며 이 실망 상태에 저항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영적인 실망 상태는 길어봤자 사흘이기에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인내하도록 한다. 이때가 영적으로 성장하고 영적인 감수성이 자라는 때다.

 이냐시오는 기도생활을 돕기 위해 악한 영의 특징을 세 가지 이미지로 제시한다. 첫째, 사나운 개. 사람이 겁먹은 모습을 보이면 기를 쓰고 달려들지만, 단호한 태도를 보이면 꼬리를 내리기 때문이다. 단호함과 과단성이 약이다. 둘째, 연애 사기꾼. 사실을 숨기고 비밀을 지키게 하기 때문이다. 거짓 없는 개방성이 약이다. 셋째, 적군의 사령관. 나의 약점을 정확히 알고 그 부분을 공략해오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이번 주간에는 영들의 식별에 주안점을 두고 하루생활의 의식성찰(양심성찰)을 실천해볼 것을 권한다. 영적인 위안과 실망에 처해서 어떻게 행동했는지, 그리고 유혹에 대해 단호하고 투명하며 나 자신의 약점과 강점을 잘 인식하면서 살았는지를 성찰하는 것이다.

출처 : 빈들
글쓴이 : 나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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