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 분 그분을 매일 만나요" - 정제천 신부(예수회, 광주가톨릭대 교수)
원리와 기초, 매일의 성찰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머리 둘 달린 뱀을 본 일이 있다. 영리하기로 이름난 뱀이 머리가 둘씩이나 있으니 얼마나 더 영악하고 날쌜까?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먹이를 앞에 두고 무슨 궁리를 그렇게 하는지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덥석 물기는 하는데 몸동작은 또 얼마나 느린지! 결론은 이랬다. 머리가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머리는 하나라야 한다.
나는 머리가 하나인가? 내가 가진 너무 많은 꿈들로 헷갈리고 있지 않은가? 구약성경은 이스라엘 백성의 헤맴을 기록한 책이다. 방황을 끝낸 그들이 얻은 지혜는 '쉐마 이스라엘!'이었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이 지혜가 영신수련의 출발점이다. 내 인생의 목표는 하나라야 한다. 우리가 헤매는 이유는 그 하나를 갖지 못해서이다. 다시는 헤매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심, 그것이 영신수련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영신수련의 기초와 원리는 하나다. 우리 인생의 목적이 우리를 내신 하느님을 섬기고 그분께 영광을 드리는 데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구원과 행복은 거기에서 유래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라고 기도한다. 그 뜻을 알고 기도해온 사람은 이 말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것이다. 이 근본 목적 외의 모든 것은 다 수단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세상 만물을 대할 때에는 이 목적에 따라 활용하고 그 어느 것도 그것 자체를 목적으로 해 추구해서는 안 된다.
이런 상태에 이른 사람은 이미 영신수련의 여정에 들어선 것이다. 여기까지 이르게 하고 이 길에서 더 나아가게 하는 기도가 양심성찰 혹은 의식성찰이다. 그러므로 의식성찰의 기도는 영신수련의 향도역을 하는 기도라고 할 수 있다. 이 기도는 다섯 단계로 이뤄진다.
첫째, 감사한다. 오늘을 주심에, 비를 주심에, 아이가 무사히 돌아와서…. 하루 생활 중에 주님께 감사할 일이 하나는 있을 것이다. 막연한 감사의 정이 아니라 구체적인 일을 두고 감사한다.
둘째, 성령의 은혜를 청한다. 의식성찰은 업무보고나 일기가 아니다. 하느님의 눈으로 내 삶을 돌아보기 위해서 그리스도의 영을, 그분의 감수성을 청하는 것이다.
셋째, 돌아본다, 혹은 듣는다. 시간 순서에 따라, 일이나 만난 사람들에 따라 하루 생활을 돌아보는 것이다. 행동만 보면 안 되고 행동의 동기를 봐야 한다. 내 마음을 읽고 내면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무엇이 나를 움직였는가? 내가 기뻐할 때, 분노할 때, 짜증이 났을 때…. 나를 움직인 영은 하느님의 영인가, 아니면 이기심의 영, 어둠의 영인가?
넷째, 감사드리거나 뉘우친다. 주님의 영에 따랐다면 감사드리고, 다른 영에 따랐다면 뉘우치고 슬퍼해야 한다. 주님 부르심에 응답하는 용기와 정직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다섯째, 결심한다. 위 넷째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 우리도 바오로 사도와 함께 "나는 내 뒤에 있는 것을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향하여 내달리고 있습니다"(필리 3,13)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은 의식성찰 기도를 매일 실천할 것을 권한다. 우리는 매일 한두 차례 약 15분간 의식성찰(양심성찰)을 실천함으로써 하느님의 거룩함에 다다갈 수 있으며, 마침내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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