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성당 정면 현관 위에는 12사도 부조상이 있다. 좁고 길게 뻗은 수직 기둥 사이사이를 장식하고 있는 이 12사도
부조는 성당 앞을 지나다녀도 관심있게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이 12사도 부조는 94년 작고한 이남규(루가, 공주사대
교수 역임) 교수와 서울대 미대 명예교수이자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장인 최종태(요셉) 교수의 공동 작품이다. 이 교수가 왼쪽 6사도 부조를, 최
교수가 오른쪽 6사도 부조를 조각했다. 국내를 대표하는 두 작가는 이 부조를 조각할 당시만 해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젊은 작가였다.
대흥동본당이 1960년대 초반 성당 건축 당시 넓은 내부 공간에 기둥 하나 없이 건축한 것 외에 이렇게 젊은 작가를 등용한 점도
파격적 일이었다.
“서울대 미대 학장을 지낸 장발 선생과 친분이 있던 오기선 신부는 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 그의 제자인 나와 1년
선배인 이 교수에게 작품을 부탁했어요. 성당을 건축하면서 미대를 갓 졸업한 무명의 젊은 작가인 우리를 과감하게 등용한 것은 큰 모험이었지요.”
최종태 교수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작품 비용은 받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고마웠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한복 입은 성모상과
요셉상도 제작했다며 “당시 한복 입은 성모상이 너무 낯설었던지 본당 사목회에서 말이 많았지만 오 신부가 사목회의 반대를 물리치고 이 성모상을
성당 앞쪽에 세우고 요셉상은 제단 위쪽에 세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은 이 성모상과 요셉상이 보이지 않는다.
성당내부는 정면
제대를 제외한 나머지 벽면을 제법 큰 규모의 14처 부조로 장식하고 있다. 한 처의 크기가 장정 8명이 간신히 들 수 있었다는 이 14처 부조는
이남규 교수가 제작했으며 최 교수도 도왔다.
1970년대에는 이 14처 부조가 있는 벽면마다 베네딕도회 수사 신부가 그림을 그려
벽면 전체를 그림으로 장식한 적도 있다. 그러나 현란한(?) 색상의 벽면 그림들로 인해 성당 내부 분위기가 너무 달라지자 1처와 14처 그림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다시 지웠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1985년까지 있었던 제대 뒷부분은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됐다. 역시 이
교수의 작품이었다. 이 스테인드글라스와 각이 진 측면 유리를 통해 성당 내부는 간접 채광을 받아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냈으며 제대 부근 중앙에는
십자 고상이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제대 주변은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제대 뒤쪽 벽은 모두 나무로 장식했으며 그 가운데 십자가가
있다.
이 교수는 성당 마당에 세워진 성모상도 제작했다. 한국천주교 전래 180주년 기념으로 1964년 제작한 이 성모상은 3m
남짓의 큰 크기로 성당 규모가 커 거기에 맞추다 보니 커졌다는 것이다. 이 성모상은 좌우 대칭 균형이 맞고 멋스런 기존의 성모상과 달리 하중이
앞으로 쏠리고 좌우 균형이 맞지 않으며 표정마저 얼굴선이 강하고 약간은 우울해 보인다.
그렇지만 본당 신자들은 한국적인 이
성모상에 정이 들어 있고 기도를 통해 많은 은덕을 입었다며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본당주임 박재만 신부는 전했다.
대흥동본당은 성당 앞 도로에 1997년께 지하상가 건설로 수로가 바뀌면서 성당 건물 앞부분에 금이 가고 마당이 약간 가라앉는 등
영향을 받기도 했다. 3년 전 성당 전체를 수리하면서 정면 유리화는 다시 그렸다.
한편 대흥동본당은 얼마 전부터 주교좌 성당으로서
특화 사목에 앞장서고 있다. 성당 인근에 주말에는 젊은층이 많이 오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위해 매 주일 오후 5시에 젊은이 미사를 봉헌,
속지적 개념을 떠나 젊은층이 많이 참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대전 가톨릭 쳄버 오케스트라와 아모르 성가대가 협연하는 성음악 미사도 매월
한차례 봉헌하고 있으며, 지난 11월부터 매월 셋째 주일에는 점차 잊혀지고 사라져가고 있는 그레고리오 성가와 함께하는 라틴어 창미사도 봉헌하고
있다. 주일마다 신자들이 하루종일 고해성사를 볼 수 있도록 편의도 제공하고 있다.
박재만 주임 신부는 “이렇게 특화된 사목에 초
본당적으로 참여한다면 영적으로나 전례적으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본당들도 그 지역에 맞는 특화 사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연숙
기자 mirinae@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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