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과 공소/대전교구

[대전]아산 공세리 성당(하)

알타반 2005. 3. 1. 19:45
[믿음의 고향을 찾아서] 공세리성당(하)
753 호
발행일 : 2003-12-21

주5일 근무시대 맞아 문화 관광사목 적극 추진
 낙엽이 덮어버린 박씨 3형제 순교자 묘소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신앙 후손들을 말없이 반기는 듯한 3형제 묘 앞에 하나씩 놓여있는 귤이 눈에 들어온다. '어느 순례자가 다녀갔을까.' 입가에 미소부터 번진다. 이곳에는 야외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제대도 마련돼 있다.

 공세리본당은 병인박해 때 박의서(사바스)·원서(마르코)·익서(세례명 미상) 3형제를 비롯한 순교자 28명을 배출했다. 이 가운데 박씨 3형제 묘는 1988년 성당에서 서남쪽 5km 떨어진 해암리 맹고개에서 이곳으로 모셔왔다.

 아산 걸매리에 살았던 박씨 3형제 집안이 이 지역에 끼친 공헌은 역사적으로도 연구할 가치가 크다고 밝힌 오남한 주임신부는 최근 이 지역 순교자들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입수한 밀양 박씨의 '가장보고'(家狀寶庫) 내용에 대해 언급했다.

 이 '가장보고'에 따르면, 박씨 3형제의 할아버지 박만선공이 이조참판을 지내다 낙향한 뒤 가난한 민생들을 위해 아산만 방조제 공사를 시작했다. 이 방조제 공사는 1760년대부터 그 아들 박종학공 대에까지 50여년간 이어졌다. 사재를 털고 부족한 것은 한양 친척들의 도움을 받아 공사를 완공했다. 이 방조제 공사에는 '유랑민'을 대거 참여시키고 이들에게 품삯으로 토지를 대신 나눠 주었다는 기록도 있다.

 "박씨 3형제가 태중 교우이니 아버지는 당연히 신자이고, 할아버지도 신자일 가능성이 큽니다. 방조제 공사에 참여한 '유랑민'은 신유·신해박해를 피신해온 신자들입니다. 이 방조제 공사는 우리나라에서 민간 차원에선 최초로 이뤄진 것인데다 가톨리시즘을 반영하고 있어 의미가 크죠."

 오 신부는 이에 대한 역사적, 교회사적 연구 검증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세리본당은 박씨 3형제 묘소 위쪽에 있는 옛 사제관을 유물전시관으로 만들기 위해 현재 이 지역 순교자 관련 자료를 수집 중에 있다.

 공세리 성당에는 조용히 앉아 묵상에 잠길 수 있는 공간도 갖추고 있다. 성당을 가운데 두고 묘소 맞은 편에 있는 성체조배실이다.

 성당으로 올라가기 직전 오른쪽으로 몇발자국 가다 보면 언덕 아래를 굴처럼 파서 만든 성체조배실을 만난다. 성체조배실 내부 양쪽 벽에는 이 지역 순교자 28위를 부조로 모셨고 천장에는 옹기장수를 주로 했던 초기 신자들을 상징해 사기 조각 같은 것을 붙였다. 성체를 모셔놓은 곳도 한복을 입은 모양으로 꾸며 토착화의 한 면을 엿보게 한다.

 아담하고 조용한 성체조배실은 기도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본당은 자연 냉난방이 이뤄지는 이곳에서 평일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공세리성당이 자랑하는 것 중에는 수령 300~500년 된 아름드리 보호수도 있다. 시 당국이 보호수로 지정한 나무만 해도 느티나무 등 7그루이다. 이 지역 역사를 말없이 대변하는 이 나무들은 한여름엔 울창한 모습으로 쉼터 역할을 한다. 성당 앞 성모상을 받치고 있는 석조 기둥도 조선시대 영조 때 말을 묶어두는 기둥으로 사용한 것이니 그 역사를 짐작할 수 있다.

 공세리성당에는 특히 봄, 가을철엔 월 1만여명의 순례객이 찾는다. 지난해엔 순례자들을 위해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예수마음 피정의 집을 건립, 봉헌했다. 이 피정의 집은 내년 1월(24~25일)부터는 마인드맵을 이용한 가족단위 피정 프로그램도 연중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피정의 집 지하에 최근 음악 감상실과 홈 씨어터도 설치했다. 도시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에 뒤떨어진 이곳 농촌 학생들을 위해서다. 주차장은 인라인 스케이트장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겨울방학에는 영어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서해대교 개통 후 교통이 훨씬 편리해진 공세리성당 인근에는 삽교호와 아산 온천 및 현충사, 도고·온양 온천, 영인산 자연 휴양림, 외암 민속마을 등 관광지가 즐비하다.

 본당은 주5일 근무 시대를 맞아 이곳의 특성을 살려 역사·신앙·문화·관광을 아우르는 곳으로 꾸며 나갈 계획이다. 분기별 음악회와 전시회도 계획하고 있고, '아름다운 성당'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혼배 전담 성당으로도 가꾸어 나갈 구상을 하고 있다. 피로연장은 피정의 집 식당을 이용하면 된다.

 피정의 집 음식은 대부분 이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지역 농민 살림에도 보탬이 된다. 농민들은 농약을 적게 사용하고 있어 이용자들도 믿을 수 있는 먹을 거리를 만날 수 있다.

 또한 피정의 집 이용자 중 단체(20명 이상)로 인근 아산 나트륨 온천을 이용할 때는 4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계약도 맺어 놓았다.

 오남한 신부는 "이 지역 여건이 국제 휴양도시와 비슷한 면이 많다"며 이러한 면을 아우르는 문화 관광사목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이연숙 기자   mirinae@pbc.co.kr

(사진설명)
  1. 큰 박씨 3형제 순교자 묘소. 묘소 위쪽 붉은 벽돌집은 옛 사제관이다. 본당은 이 사제관을 유물전시관으로 만들 계획이다.           2. 기도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아담하고 조용한 성체조배실.           3. 내년 1월부터 마인드맵을 이용한 가족 단위 피정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예수마음 피정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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