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과 공소/제주교구

[제주]중앙성당(하)

알타반 2005. 3. 1. 09:57
[주교좌성당을 찾아서]제주 중앙본당<하>
701 호
발행일 : 2002-11-24

새 주인 맞아 새로운 역사 향해 새 출발
낮 12시. 삼종을 알리는 중앙 성당의 종소리가 제주시 삼도2동 도심에 울려 퍼진다. 은은히 귓가를 맴도는 종소리는 신자들 뿐 아니라 제주 시민들까지도 향수에 젖게 한다.

이 종소리에는 사연이 있다. 중앙본당의 두번째 성당으로 1930년대에 지은 옛 고딕식 성당에 설치됐던 종이 지난 2000년 현재의 성당을 완공하면서 되돌아온 것. 성전을 설계한 건축가 김창우(요셉)씨도 “유아세례를 받고 자란 저 역시 예전의 종탑과 종소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며 “신자들 뿐 아니라 일반 제주도 도민들에게 우리 성당의 종소리는 아득한 추억과 같다”고 말했다.

현재 중앙 주교좌성당은 본당의 두번째 성전이었던 1930년 축복식을 가진 고딕식 적벽돌조 성당을 현대적으로 복원한 것. 두번째 성전은 최덕홍 신부(재임 1929~1936)가 건평 90평 규모로 건립한 고딕식 성전이었다.

옛 기록을 살펴보면 1930년 전반기까지 최 신부가 약 5000원의 건립기금을 모아 공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사제가 주도적으로 기금을 모으고 여기에 신자들이 기금을 보태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신자들 중에는 밭을 팔아 마련한 기금을 봉헌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고딕식 첨탑이 인상적이어서 ‘뾰족성당’이라는 별칭을 얻은 두번째 성전은 당시 제주도의 유일한 서양식 건물이었다. 게다가 삼종을 알리는 종소리도 유명해서 당시 제주민들에게는 시계 역할까지도 하는 가톨릭 교회의 대표적 상징이었다.

그래서 제주교구가 100주년 기념 성전으로 옛 고딕식 성전을 재현하는 성당을 짓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옛 향수에 젖은 제주 도민들이 더욱 반겼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그러나 제주의 첫 성당은 이보다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본당(현 중앙 주교좌본당)이 설정되던 1899년 초대 주임 페네 신부와 보좌 김원영 신부가 매입한 한옥집이 첫 성당이었다.

세 칸이 마루로 이루어져 있는 네 칸짜리 사랑채와 문간방 그리고 사랑채 맞은 편에 다른 두 동의 건물이 딸린 성당은 당시 제주도에서는 매우 크고 아름다운 집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고 전한다. 하지만 이 한옥을 매입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당시 제주도민들은 외국인에게 집을 팔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었다. 계약을 파기 당하기까지 한 페네 신부는 결국 다른 사람을 내세워 집을 매입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후 1930년대에 고딕식 성전을 지은 제주본당은 1960년대 후반 신자 수가 2000여명으로 늘어나자 마침내 1969년 고딕식 성전을 허물고 그 자리에 주교관(主敎冠) 모양의 현대식 성전을 새로 지었다. 건립비는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본부의 지원금과 당시 주임이었던 세비지 신부(재임 1966~1969)의 사재로 충당했다.

이처럼 주교좌본당은 약 100년에 걸쳐 세 성전을 마련하는 데 모두 외국 선교사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교좌본당은 1997년 네번째이자 현재의 성전을 신축하면서는 ‘우리 힘으로 하자’는 원칙 아래 성전의 벽돌을 하나씩 쌓아올렸다.

국가 경제 위기라는 세파 속에서도 신자들이 더욱 합심했고 제주도민들과 타종교인들의 도움까지 있었기에 본당 신자들은 현재의 성전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또 지역 주민들에게 보답하는 의미로 성당 마당을 쉼터로 조성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지난 100년의 역사 속에 면면히 이어온 신앙의 기틀 속에 신자들의 정성과 손길이 어우러져 지어진 중앙 주교좌 성당은 이제 강우일 주교를 새 주인으로 받아들여 제주 선교 200년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향해 고딕식 첨탑을 다시 하늘 높이 솟구쳐 올리고 있다.

이영조 주임 신부는 “평일 미사에도 100~150여명이 신자들이 성당을 메울 정도로 이곳은 제주도 신자들의 신앙의 뿌리가 되는 곳”이라며 “이 성전은 바로 그들 마음의 성전이요 제주도 신자들의 영원한 성전”이라고 말했다.


조은일 기자  anniejo@pbc.co.kr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

(사진설명)
제주 100년 신앙의 터전에 자리 잡고 있는 현 중앙 주교좌 성당.   전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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