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정·기도의집/춘천교구

[춘천]양양 오상영성원

알타반 2005. 3. 1. 20:17
[영성의 길잡이] 양양 오상영성원
738 호
발행일 : 2003-09-07

수도원 시간표 따라 '홀로 피정'
 
 "예수께서는 때때로 한적한 곳으로 물러가셔서 기도를 드리셨다"(루가 5,16).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삽존리 예수고난회 오상영성원(원장 신동호 신부)은 이 말씀이 적합한 곳이다. 풀벌레 소리와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뿐, 인위적 소음을 들을 수가 없는 곳이다. 그러기에 자연의 소리가 더욱 명징하다. 빗소리도 도시와 달리 영롱하게 들린다.

 거미줄과 야생화가 산길을 걸으며 묵상하는 낯선 피정자를 반긴다. 마음이 평화롭다. 산책하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산림과 어우러져 있는 빨간색 지붕의 아담한 오상영성원 건물이 그림처럼 눈에 들어온다.

 주변 환경부터 기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오상영성원은 건물 구조 자체가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피정할 수 있는 일반 피정의 집과 달리 개인피정용으로 건립됐다. 10명 안팎의 소규모 피정도 가능하다.

 이곳에는 평신도·수도자·성직자 등 고루 개인피정을 하러 오며 연령층도 다양하다. 정기적으로 찾아와 피정하는 이들도 있다. 병원을 운영하는 ㅇ씨는 "2년 전 처음 왔을 때 고요한 주변 환경이 너무 좋고 개인면담도 할 수 있어 매월 찾아와 2박3일 개인 피정을 하면서 골치아픈 일들을 씻어내고 돌아간다"고 밝혔다.

 개인피정에 익숙한 이들이야 상관없지만 개인피정을 하고 싶다는 마음만 앞선 채 찾아온 이들은 막상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불안해 하는 모습도 보인다. 혹시 시간표가 없느냐고 문의하면서 조급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피정을 지도하고 있는 박도세 신부는 "우리는 이미 '프로그램화'돼 있어서 그런 것에서 벗어나 하느님을 만나고 싶어 한적한 이런 곳을 찾으면서도 마음은 세속에서 떠나지 못하고 몸만 온다"고 지적했다. 박 신부는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는 게 아니라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라며 그래서 "프로그램이 많을수록 손해"라고 덧붙였다.

 오상영성원은 개인피정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선 간단한 시간표를 제시한다. 그것은 수도원의 공동시간표다. 이 집을 운영하는 예수고난회 수련소가 같이 있기 때문에 수도자들의 시간표에 따라 아침기도와 미사, 저녁기도, 끝기도 등에 같이 참석할 수 있다. 수도자들과 같이 성무일도를 그레고리오 성가로 바치는 것도 큰 기쁨이다.

 개인적으로 간단하게 피정 강의를 받을 수 있고, 영적 상담 및 고해성사도 물론 가능하다.

 신동호 원장 신부는 "이런 곳에서 잘 머물지 못하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며 "우리의 감각은 외부로 향해 있기 때문에 자기 안으로 들어가도록 훈련하고 성장시키는 일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이런 곳에서 훈련하면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혼자 피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약간 떨어져 있는'숲속의 집'은 손수 식사를 해결하면서 피정할 수 있는 집으로 부부나 가족, 소그룹이 대상이다. 또한 휴가를 겸해 가볍게 피정할 수 있는 이들을 위한 장소가 바닷가에서 7분 거리의 조산리에 있다. 문의:033-673-0035
   

이연숙 기자   mirinae@pbc.co.kr

(사진설명)
 개인피정 온 신자가 산책을 마치고 피정의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