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과 공소/서울대교구

[서울]명동대성당(하)

알타반 2005. 3. 1. 09:18
[주교좌 성당을 찾아서] 명동대성당 편(下)
677 호
발행일 : 2002-05-26

한국 종교미술과 순교정신의 보고
명동대성당이 한국 종교미술과 순교정신의 ‘보고’(寶庫)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방문자들은 대개 성당의 유명세와 웅장한 규모에 압도돼 외형만 보고 돌아가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종교미술의 혼과 순교자들의 넋이 구석구석에 서려 있다.

대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언뜻 복잡해 보이는 제단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십자가와 감실을 품고 있는 작은 뾰족탑을 받치고 있는 대리석 제대가 바로 대성당과 역사를 같이한 주제대(High Altar)다. 이 제대판 아랫면에는 건립연도 1898년과 당시 교구장 뮈텔 주교의 사인이 음각되어 있다.

요즘 미사를 봉헌할 때 사용하는 그 앞의 목조 제대는 기해·병오박해 순교자 79위의 시복식(1925년)을 기념해 제작된 것이어서 ‘복자 제대’라고 부른다. 지하성당에 남아 있는 부제대 2개를 포함해 대성당의 제대수가 총 8개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제대 뒷벽에 나란히 배열된 ‘14사도상’은 꽤나 유명한 작품이다. 12사도 외에 성 바오로와 성 바르나바를 추가한 이 작품은 한국 교회미술의 개척자인 장발 화백이 79위 시복식을 기념해 그 이듬해에 제작, 설치한 것으로 미술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고개를 들고 중앙 제대를 비추고 있는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를 감상해 보자. 명동대성당은 한국에서 최초로 스테인드글라스를 유리창 장식으로 사용한 곳이다.

스테인드글라스는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한 종류는 돌출머리(Apse) 부분과 소매채 부분의 창에 부착된 성화이다. 돌출머리(제단 위)에 있는 5개의 길쭉한 스테인드글라스는 성모 마리아의 잉태부터 예수 부활까지 예수의 일생 중 15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나머지 한 종류는 옆 복도 창과 높은 창에 부착된 각종 장식 문양이다.  

이 스테인드글라스는 원래 프랑스의 베네딕도회 수사들이 제작한 것이지만 현재의 것은 스테인드글라스 종교미술에 심취한 고 이남규 화백이 1982년부터 2년간에 걸쳐 복원한 것이다. 이는 서양 수사들의 작품을 한국의 예술가가 새로운 기법으로 마무리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한때 4대문 안에 사는 백성들의 시계 역할을 했던 종(鐘)은 심한 균열이 생겨 1967년에 교체한 것을 지난해 부활대축일에 또 한번 바꿨다. 현재의 종(지름 1.2m, 무게 1t)은 오스트리아 인스부룩의 한 수공업체에서 만든 것인데 제작·운송·설치에 총 3억원이 소요됐다.

신앙 선조들의 순교혼을 느끼려면 대성당 외곽을 돌아 지하성당으로 들어가야 한다. 지하성당에는 박해의 칼날에 스러진 앵베르 주교, 최경환 등 순교성인 5위와 순교자 4위의 유해가 봉안돼 있다. 대성당 중앙 제대 바로 아래에 이런 지하성당이 있다는 사실은 한국교회가 ‘순교자들의 피’라는 반석 위에 세워졌음을 상징하고도 남는다.

사회적으로는 1970년∼80년대에 시대의 아픔과 민중의 눈물을 가슴에 끌어안고 이 땅에 민주주의를 낳은 모태(母胎)와도 같은 곳이 명동대성당이다.
지금도 386세대들은 “명동성당 언덕을 바라보면 1987년 6월 항쟁 당시 경찰의 무력진압에 맞서 ‘성당에 들어오려거든 우리를 밟고 지나가라’고 외쳤던 사제단의 절규가 들려오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요즘은 장기농성 중인 노조의 철수 문제를 놓고 의견이 분분해 안타깝다.

이에 대한 백남용 주임신부의 대답은 명쾌하다.
“명동성당은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성지’의 역할은 계속 해나갈 것이다. 그러나 이익단체들의 목적달성을 위한 투쟁장소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명동대성당은 지금 ‘문화의 광장’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비복음적이고 반생명적인 문화가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현대사회에서 복음적인 문화로 현대인들의 문화적, 영적 갈증을 해소해 주는 일이 시대적 사명이라고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성당 옆 문화관을 최근 대대적으로 개보수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김원철 기자wckim@pbc.co.kr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

(사진설명)
1. 교회미술의 전통과 아름다움이 압축돼 있는 명동대성당 제단. 돌출머리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예수의 일생을 15장면으로 묘사한 것이고, 뾰족탑 모양의 대리석 제대는 대성당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값진 유물이다.             2. 지난해 4월 대성당의 3번째 종을 종탑에 설치하기에 앞서 타종하고 있는 정진석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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