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대건 신부 묘소가 있는 미리내성지 밤 하늘엔 별이 유난히 반짝인다.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미산리에
있는 미리내성지는 서울 인근에 있으면서도 산이 깊고 공기가 맑아 성지 내 묵상의 집에 피정 오는 이들은 밤하늘 별을 보고 새소리를 들으며
묵상하기도 한다.
미리내성지 묵상의 집(원장 정춘자 수녀)은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오후 5시30분부터 다음날 오후4시께까지
월피정을 실시하고 있다. 월 피정 주제와 프로그램은 매월 조금씩 다르지만 연중 큰 흐름은 '회개와 용서'에 맞추고 있다.
묵상의
집은 미리내성지를 찾은 이들이 가정 문제나 정신적·육체적 문제로 힘들다며 쉬면서 피정할 수 없느냐고 문의해 오면서 이들을 위해 4년 여전부터
월피정을 시작했다. 고통받고 상처입은 이들은 피정에 참가하면서 위로를 받으며 자신과 화해하고 상처 준 이와 화해하며 힘을 얻고 새로운 삶을
결심한다.
피정 참가자들은 개인을 비롯해 부부, 모녀, 소모임 회원 등 다양하다. 피정 프로그램은 크게 강의와 참회예절,
성체조배, 성지와 연결된 십자가의 길, 성 김대건 신부 경당과 묘소 참배 및 유해 친구(親口), 묵주기도 등으로 진행된다.
기도, 하느님 현존, 용서와 비움 등에 관한 강의를 들으면서 참가자들은 자신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참회
시간을 갖는다. 예수님 대신 십자가를 지고 간다는 마음으로 대형 나무 십자가를 지고 걷는 십자가의 길은 예수님의 고통을 묵상하고 자신과 가정의
고통뿐 아니라 자신이 외면했던 이웃과 사회의 고통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다
피정 지도는 묵상의 집을 운영하는 미리내
성모성심수녀회 수녀들과 미리내천주성삼수도회 신부들이 같이 담당한다. 묵상의 집 정춘자(도미나카) 원장 수녀는 "수도회 신부와 수녀들이 함께
피정을 지도하고, 성지인데다 자연 환경이 좋은 것도 장점"이라며 앞으로 침묵 피정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침과 저녁 식사
전후 자연에 둘러싸인 주변을 산책하며 묵상하는 것도 피정 참가자들에게 좋은 시간이다. 요 근래 비가 자주 내린 탓에 계곡에 흐르는 물 소리가
크게 들린다.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이 혼탁한 마음마저 정화시키는 듯하다.
"내가 상처 받은 것뿐 아니라 나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에 대해서도 생각하면서 나 자신을 잠시나마 다시 바라봤습니다." "부부가 관광지로 놀러가기보단 이왕이면 같이 피정도 하고 자연 속에서 쉬고
가는 것도 괜찮네요."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기도에 소홀했어요. 기도하는 훈련을 쌓아야겠어요."
피정 참석자들은 1박2일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에 대해, 가정과 이웃에 대해 되돌아보며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깨어 있는 삶을 다짐하고 돌아간다. 문의:031-674-1254
이연숙
기자 mirinae@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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